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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_ 에쿠니 가오리

by lucy831 202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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きらきら光る, きらきらひかる

 

어떤 책일까

이 소설은 알콜 중독과 정신 불안 증세가 있는 쇼코와 그의 남편이자 동성애자인 무츠키를 주인공으로 하여, 두 주인공의 1인칭의 시점에서 한 챕터씩 서술하고 있습니다. 소설에는 두 주인공과 무츠키의 애인인 곤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지만, 세 사람 사이의 질투나 소유, 집착이 아닌, 서로에게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성립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계의 성립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제목은 이리사와 야스오의 시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모든 명사 앞에 '반짝반짝 빛나는'을 수식어로 사용함으로써 모든 것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개성을 가졌고, 또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을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가 가장 좋아했던 작가였습니다. 그 덕에 저도 그녀의 책을 몇 권 접하게 되었고, 이 '반짝반짝 빛나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삼각관계를 그리면서도 세 사람 사이의 갈등보다는 유대가 돋보이고, 세상에 드러내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들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탄탄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품어지는 점도 좋았습니다. 쇼코가 무츠키와 곤을 보며 '은사자' 같다고 표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해 그들만의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는 은사자. 쇼코와 무츠키, 곤 세 사람 모두 그들만의 무리를 지어 사는 듯한 모습에 은사자 라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책 속에서

p.14 내가 오렌지를 먹는 동안, 무츠키는 방의 온도가 일정해지도록 에어컨을 조절하고 하루의 배경음악을 골라준다. 나는 컵에 물을 담아 청년의 나무에 주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드는 아침 햇살이 카펫 위로 밝은 줄무늬를 그리고, 물은 사락사락 맛있는 소리를 내며 흙으로 빨려들어간다. 곤 씨 얘기 해봐, 하고 떼를 부렸더니, 무츠키는 돌아와서, 라고 말했다. 무츠키는 의사고, 매일 아침 9시 10분이면 정확하게 차를 타고 출근한다. 남편을 배웅한 후 나는 신문을 좍 훑어보고, 어젯밤 결국 끝내지 못한 인터뷰 기사를 마저 번역하였다. (중략) 엄마의 전화는 이래서 싫다. 우울한 일만 생각하게 된다. 무츠키는 여자를 안고 싶어하지 않는다. 키스도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와 호모 남편. 참 내, 그야말로 끼리끼리다. p.56 눈치빠르게 먼저 방에 들어가서 나는 무츠키의 침대에 다림질을 하였다. 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p.67 역까지는 13분이나 복잡한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데려다 주지 않아도 돼, 라고 곤이 말했다. 그 말은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곤이란 놈은 방향 감각이 극단적으로 좋아서, 그런 동물적인 감각이 늘 비정상적일 정도로 예민하다. 그러나 쇼코가 한사코 배웅을 하겠노라 하여, 우리는 산책도 할겸 역으로 가는 밤길을 나란히 걸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어색하다기보다 오히려 우스꽝스런 느낌이 들었다. 휘청휘청 걷고 있는 우리들 옆에서, 쇼코는 커다란 팩째 들고나온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떠서 묵묵히 먹으며 걷고 있었다. 주택가에 사람들의 왕래는 없고, 봄날의 밤이 따뜻하고 푸근하여, 양갱 같다, 고 나는 생각했다. p.121 차 안에서도 나는 내내 자는 척하고 있었다. 무츠키는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테이프를 틀어 주었다. 우리는 연안 도로를 타고 천천히 달렸다. 나는 그리운 우리의 아파트를 생각했다. 하얀 난간이 있는 베란다와 보라 아저씨, 곤의 나무. 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잠든 채 창문을 연다. 줄리의 달콤한 노랫소리가, 저녁 하늘에 녹아들었다. p.155 나는 하나하나 정직하게 대답하였다. 어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선을 보아 왔다는 것. 그 때도 만나기만 하고 나중에 거절할 생각이었다는 것. 그리고 선을 보는 동안 내내 쇼코의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쇼코는 한번도 웃지 않았다. 청초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사실은 이런 거 입고 싶지 않았다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같은 험악한 표정이라도 화가 났거나 심통이 나서라기보다, 궁지에 몰려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는 작은 동물 같은 느낌이어서, 왠지 마음에 걸렸다. 힘주어 뜨고 있는 눈은 곤의 눈을 닮았다. 중매쟁이가 정석대로 '젊은 사람들끼리' 있게 해주기를 기다려, 나는 쇼코에게 말했다. "분개하실 테지만,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쇼코는 한참이나 내 얼굴을 보고는,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머, 나도 그런데요." 거기서 미즈호 씨가 나의 말을 가로막고, 그럼 왜, 라고 물었다. 의문문이 아니라 비통한 비난문. 테이블에는 마카로니 그라탱이,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미즈호 씨는 한숨을 쉬었다. 말해 주지 말았으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라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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